
가을엔 고개 숙인다 바람에 얹혀 노닐다 붉고 노랗게 잉태한 정분난 흔적이 부끄러워 고개 숙인다 궁둥이 땅에 닿도록 재잘 되던 들녘의 아낙들은 빨간 고추 만지며 스치는 생각에 고개 숙인다 새참 길 열어주던 논두렁 콩들도 지붕 위 조롱박도 고개 숙인다 붉어진 얼굴 감추려 높이 매달린 땡감들도 사랑 소리에 고개 숙인다 갈색 도포 갈아입은 선비 같던 벼들도 모두가 못 본 척 고개 숙인다 아~ 가을엔 무르익은 사랑 숨결에 모두가 고개 숙인다 가을 느낌으로 -김상원- 사진:양산 운하도예 지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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